[더깊은뉴스]하소연할 데 없는 ‘저수익’ 분양형 호텔

2016-11-02 4

해마다 최대 10%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분양형 호텔이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.

호텔에 투자한 뒤 객실을 아파트처럼 분양받고 수익금을 받는 구조인데요,

일부 호텔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.

변종국 기자의 '더깊은뉴스'입니다.

[리포트]
안으로 들어가려는 투자자들과 호텔 측의 실랑이가 벌어집니다.

[분양자]
"아니 내 집을 내가 못들어가는게 어딨어 도대체가."

당초 약속한 수익금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객실 소유권을 찾겠다고 나선 겁니다.

[호텔 관계자]
"요즘에 분양 사기 때문에… 제주도에 갑자기 그게 많아져 가지고 수익금 배분 때문에 그런가 봐요"

[호텔 관계자]
"수익금이 한 절반 정도 채 안 되게 지급된 거는 사실이고요..전체적으로 관광경기도 너무 안 좋은 상태고. 제주도가 악재들이 겹치다 보니까."

노후자금 마련이나 은행금리 이상의 투자처를 찾던 사람들이 주로 피해를 봤습니다.

투자금액은 대부분 1억 원대가 넘습니다.

[A씨 / 호텔 투자자]
"분양자 중에 한 분은 7개월 된 애기 유산도 됐어요. 미쳐버리지 않겠어요? 얼마나 스트레스 받겠냐고."

은행금리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말에 대출을 받아 투자 하기도 했습니다.

[B씨 / 호텔 투자자]
"자살까지 생각하신 분들도 있어요. 가정불화라든지 금전적인 어려움 때문에"

1년이 넘은 다툼 끝에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습니다.

[현장음]
"(나가시라구요) 왜 나가야 되는데요.나갈께요 나갈께요."

공사비를 둘러싸고 시행사와 시공사가 싸우는 곳도 있습니다.

곳곳마다 현수막이 내걸렸고, 다툼의 흔적도 여기저기 남아 있습니다.

호텔 정문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점령했습니다.

공사비를 달라는 시공사와 못 준다는 시행사가 넉달 째 싸우고 있습니다.

투자자들만 속이 타들어갑니다.

[호텔 투자자]
"제일 불리한게 우리(투자자)고요. 가뜩이나 영업이 안되는데. 발칵 뒤집어져서 따지러 (호텔로)가는 사람들도 있고요."

분양형 호텔은 아파트처럼 객실을 투자자들에게 분양하는 방식입니다.

투자자들은 호텔 수익의 일부를 수익금으로 받습니다.

길게는 10년까지 연 7~10% 대의 고정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끌어 모읍니다.

각종 혜택까지 내세웁니다.

[분양형 호텔 상담 내용 중]
"취득세 그거를 회사에서 부담해 드릴 거고요. 2년 치 수익금을 선지급 해드리거든요? 대한민국에서 2년 치 월세 선지급 한데는 여기밖에 없어요. 단언컨대"

제주도에만 40여 곳. 전국 100여 곳에 분양형 호텔이 건설됐거나 들어설 예정입니다.

이렇게 호텔은 급증하고 있지만 거꾸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다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.

[제주 ○○호텔 지배인]
"호텔들이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까 분양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돈이 없는 거예요. (월 얼마 보장한다) 그거는 말도 안되요. 솔직히 말하면"

손해를 봐서라도 분양권을 처분하는 투자자들이 속출하는 상황.

[분양권 판매자]
"(호텔 측이) 수익률이 나지 않았다고 하고 배분을 해주지 않으면 해결할 길이 없기 때문에.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."

근본적 문제는 투자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가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.

[임한준 / 제주도청 디자인건축지적과장]
"법이 개정이 돼야 하는데, 행정에서는 어떤 방법이 없습니다. 민원이 접수돼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거고."

분양형 호텔에 대한 관련법이 없어서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입니다.

[투자 피해자]
"저희가 싸움을 만약에 진짜 한다고 치잖아요. 100% 질 수밖에 없어요 분양자들이. 이길 수가 없어요."

분양형 호텔 대란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.

[박원갑 /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]
"관광업이 침제할 경우 수익이 들쭉날쭉 할 수 있고요. 수익률 자체가 시간이 지날 수록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"

초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고수익 보장.

그러나 수익률이 높으면 뒤따르는 위험도 그만큼 큽니다.

채널 A뉴스 변종국입니다.

변종국 기자 bjk@donga.com
영상취재-편집 : 김남준
구성 : 전다정, 장윤경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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